로사 타마르키나의 생애와 연주 -2



1편에서의 타마르키나의 약력만 보면 대단하긴 한데 사실 천재들과 거장들이 득실거리는 피아노 역사에서는 아주 특별하다 정도는 아니다.

결국 연주를 들어봐야 평가가 가능한데 일단 링크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들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 연주를 듣고 간만에 놀랐는데 리히터나 바이젠베르크 대열에 놓일 만한 최고 수준의 명연이다(오케스트라는 형편 없지만..).

꿈틀거리는 활력, 거침없는 테크닉으로 곡을 주무르는 능력, 미묘한 템포조절과 루바토, 강력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아름다운 타건(특히 왼손), 어떤 템포에서도 끊이지 않게 레가토로 노래하는 능력. 넘치는 영감 등진정한 젊은 거장으로서의 연주력을 보여준다.

타마르키나의 다른 연주들도 유투브에서 죽 들어봤는데 나이때문에 유연한 완급조절이나 세련미가 아쉬운 연주도 있고, 활력이 좀 부족하고 표준적으로 흐르는 연주도 있다. 이 피아니스트는 진가는 라이브 연주라고 봐야할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와 쇼팽 연주가 특히 좋다(몇 안 남아 있지만..). 스케일이 큰 연주자이니 슈만, 리스트 및 다른 러시아 곡들도 잘 맞을 것 같다.

부질없는 예상이지만 타마르키나가 좀더 건강히 오래(60살까지라도) 살았으면 어땠을까? 같은 암으로 사망한 소프로니츠키는 61살까지 살면서 마지막 수년간 위대한 실황 녹음들을 좋은 음질로 남길 수 있었으니 그녀와 비교하면 운이 좋았다. 그녀가 장수했다면 아마 전남편 길렐스와 리히터와 비슷한 위치에서 명성을 날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재능이 넘친 연주자였다. 자크에게 콩쿨에서 밀린 건 순전히 나이(17세)탓이라고 생각하며 냉철한 자크의 기질을 감안시 타마르키나가 낭만파 연주에 훨씬 적합하고 영감도 더욱 넘치는 연주자다.

나는 요절한 천재 피아니스트들에게 애착이 많아 리파티, 카펠, 치아니, 에고로프 등의 음반을 많이 수집했는데 이들중 에고로프는 그다지 특별함을 느끼지 못 했고, 나머지 피아니스트는 각각 어떤 연주와도 비교될 만한 대표반을 몇개씩 남겼다(리파티의 바흐 파르티타1번,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1번 카펠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프로코피에프 3번 치아니의 슈만 소나타 1번, 베토벤 4번 소나타 등).

보통 리파티가 이 분야에서 1순위로 거명되지만 난 그의 매끈하고 균형을 추구하는 피아니즘에 감동을 느낀 적이 별로 없어(특히 협주곡은 별로다) 음반에 비해 명성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라이브 연주는 좀 다르지만) 정열과 세련미를 같이 보유한 카펠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카펠의 스카를랏티와 바흐에서의 기막히게 정련된 음색과 자연스러움, 리스트와 러시아 레퍼토리에서의 광폭한 비르투오시티와 낭만성을 겸비한 피아니스트가 과연 있을까..

타마르키나는 이들에 비해 음반이 턱없이 적어 정당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라흐 2번 협주곡에서 그녀의 연주는 카펠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었으며(카펠 연주는 타건이 거칠고 너무 빠르다) 이것만으로도 피아노 음반 역사에 당당히 기록을 남길 자격이 있다.

타마르키나는 '여성'의 일반적인 신체적 한계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하는 극소수의 피아니스트에 속했기에(그녀의 베이스 연주를 보라) 그녀가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했다면 음악계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싶다(호로비츠는 여성 피아니스트를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신체적 조건이 뛰어났던 여류 피아니스트는 카레뇨 박하우어 아르헤리치 그리고 최근에는 유자왕 등이 있는데 카레뇨는 공식 음반이 없고, 나머지는 테크닉은 몰라도 음악적 감동이라는 측면에서 내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by Eternity | 2019/05/19 02:06 | Classical Music | 트랙백 | 덧글(0)

로사 타마르키나의 생애와 연주 -1



Rosa Tamarkina(1920~1950)라는
구소련 피아니스트는 거의 잊혀졌는데
다행히 vista vera에서 그녀의 음반을
3장으로 정리해 내놓아서 유통되고 있다.

타마르키나는 소련 전역에서 뽑았던 특별한 피아노 영재 8인중 하나로 12살에
모스크바 음악원에 들어가 골덴바이저의
자도를 받았다(20대에는 이굼노프에게도
레슨을 받게 된다).

타마르키나는 17세때 3차 쇼팽콩쿨에
야코프 자크(당시 24세)와 함께 출전해서
자크에 이어 2등을 차지하여 본격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네이가우스는 '그녀는 센세이션 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성숙하고 진지한 피아니스트였다'고 말했고 박하우스는 ‘정말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타마르키나는 귀국후 소련 전역에서 큰 호평속에 연주회를 가졌다. 20살이 되던 40년에는 당시 한창 떠오르던 5살 연상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와 결혼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결혼은 4년을 넘기지 못했다..

26살에는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임명되었다(이때문에 연주회가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해 림프종 진단을 받고 몇년간 녹음과 연주회에서 불꽃을 태우다가 30세로 사망했다.

(2편에 계속)

by Eternity | 2019/05/19 00:52 | Classical Music | 트랙백 | 덧글(0)

호란&김영건 콘서트.

고등학교 때 생활을 추억하는
동문회적 성격의 훈훈하고 친밀한 공연.
기분좋게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
벌써 졸업한지 20년이 넘었구나..

by Eternity | 2019/05/12 00:53 | 기타 소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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