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pc

페미니즘, pc가 화제가 된 지 수년이
된 것 같다.

한때 사회학, 특히 여성학에 관심과 공부를 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지만, 사회생활 10년을 넘기고 가정을 꾸리면서 견해도 바뀌었고 열정도 많이 없어졌고(구체적으로 말하면 슬픈 얘기지만 이상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은 많이 잃어버렸다) 많은 공부와 고민, 관찰과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무기한 연기하겠다ㅡㅡ..

한 마디만 하자면 난 조던 피터슨의
견해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정도이며
이는 내 예전 생각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정반합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by Eternity | 2018/10/10 18:49 | 다이어리 | 트랙백

소프로니츠키의 라흐마니노프

구소련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소프로니츠키는 자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얻었지만 건강 등을 이유로 서방에서 연주할 기회가 없어 대외적으로는 신비의 피아니스트였다. 유디나와 함께 십대 음악원 시절부터 주목받았고 생애 말기까지 명성이 계속 더해갔으며 연주도 사망 직전까지 더욱 깊이와 섬세함과 스케일이 더해갔으니(건강 악화로 연주회 수는 줄였지만) 피아니스트로서는 완벽에 가까운 흠없는 삶을 살았다.

생전에 길렐스와 리히터가 최고의 존경심을 표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이들 보다 반세대 앞선 피아니스트로서 성향은 이들과 호로비츠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즉 낭만주의적인 독창성과 자유로움, 초절기교, 톤과 고전주의적인 엄격한 형식미의 이상적인 결합을 구현한 최고이자 최후의 피아니스트이며 이러한 면에서는 라흐마니노프와 호프만만이 그와 같이 거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로니츠키는 다수 음반(대부분 실황)을
남겼지만 음질이 열악한 게 많아서 복각이
잘되지 않은 음반은 음색(특히 고음부)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브릴리언트
음반이 대표적). 이제 거의 절판되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중고라도 일본 컬럼비아
복각반이 잡음을 많이 덜어내면서도 그의 음색을 잘 포착하고 있어서 꼭 구하길 권하고 싶다.

특히 이번에 구입한 라흐마니노프 음반은 브릴리언트와 품질이 안드로메다급으로 차이나는데 소프로니츠키의 다채로운 음색변화, 탁월한 박자감각, 신비로운 분위기가 잘 발휘되어 있는 걸작이다. 다만 녹음년대가 최전성기 직전인 40년대에서 50년대 초반이고, 대부분 스튜디오 녹음이어서 그런지 50년대 중반 이후 실황에서의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자유로움에서 나타나는 강렬함은 좀 자제된 느낌이다(특히 나중과 비교하면 베이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정석적이고 변화가 적다는 게 살짝 아쉽다).
물론 이건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것이고, 어떤 라흐마니노프 전문 연주자와도 비교시 능가 또는 대등한 수준이다. 음질 상태가 좋은 50년대 후반 라흐마니노프 라이브는 없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전주곡 op.32의 12번의 신비감은 리히터를 능가할 정도이고(op.23의 4는 리히터
음색이 더 어울리고 녹턴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곡인 연습곡 정경 op.33 2번과 7번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op39.5는 기대보단 약간 덜 강렬한 느낌이라 좀 아쉬움이 남는다.

소포르니츠키가 절묘한 강약조절과 루바토로 베이스와 고음부를 교차해가면서 다양한 선율을 즉흥적으로 재현하는 걸 듣다보면 가끔씩 인간의 감수성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닌 것 같다... 특히 그의 스크랴빈을 듣는 것은 때때로 현실 세계에서 유리된 어딘가로 유체이탈하는 것 같은 체험(작곡가도 의도한)과도 같은 게 아닐지.

by Eternity | 2018/10/10 17:54 | Classical Music | 트랙백 | 덧글(0)

메트너를 듣고 짧은 감상

메트너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곡가다.
음형이 복잡하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멜로디 변주가 다채로우면서 전형적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라흐마니노프와
유사성을 언뜻 느낄 수 있지만 충분히
독창적인, 더 널리 기억되어야 할 작곡가.

단점은 변이형이 많다 보니 여러 번
들어도 주요 멜로디가 기억에 잘 각인되지
않으며, 이따금씩은 사이사이에 여백을
좀더 줘서 음미할 여유를 줘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협주곡들에 대한 생각이라 독주곡을 더 듣고나면 다를 수도 있다-독주곡
앨범을 들어보니 별로 다르진 않은 듯)

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4번을 들을 때 받는 느낌과 비슷한데 풍부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압축해서 전달하다 보니 대중에 대한 어필력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변주를 좀더 찬찬히 여유있게 전개하던지(길이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아니면
아쉽더라도 약간 단순화가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대로도 좋지만 메트너를 많이 집중해서 듣는 건 체력과 정신력 소모가
꽤 될 것 같다(드보르작이라는 해독제?를
같이 복용중이다)

음반은 메트너 자신의 연주로 듣고 있는데
예전 라흐마니노프에 비견되었다는
비루투오소적인 기질은 60대 후반이어서 그런지 찾아보기 힘들지만 해석면에서는
진정한 대가다운 연주를 보여준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낭만성이 표출되는 확신에 찬 연주는
본인 음악에 딱 어울리며 경탄할 만하다.
여기에 더할 게 있다면 다이내믹 레인지와
강렬함 정도인데 작곡가 본인 전성기 외
에는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했다면 최고의 연주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호로비츠 모이세비치 길렐스 리히터는
각각 약간의 메트너 녹음을 남겼는데
분량이 적어 구매하긴 좀 애매하다.
유디나가 연주한 소나타집은 개별 구입이
불가능하고(다소 거칠다는 평이 있다)
니콜라예바가 메트너 전문가로 유명한데
시디로 발매된 건 협주곡 한 곡 정도인듯.
아믈랭을 비롯한 현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by Eternity | 2018/10/10 16:32 | Classical Music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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